[민트색 농구화]
이글은 제가 겪은 실화 입니다.
어느 화창한날 오후 였어요. 운동화 할인매장 이지만 그래도 비싼 코너가 있지요. 손님이 모두 3팀으로 여기저기에서 신발을 탐색하고 있는 와중에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이가, 그 코너에서 농구화를 거울앞에서 신어보면서 뭐라고 하길래 순간 외국인 인가 착각을 하였지요. 한국말을 중간 중간 섞어 사용했기 때문 입니다. 그래서 275 사이즈이고 가격표를 손가락으로 알려줬지요. 그런데 계속 뭐라고는 하는데 도무지 알아듣지 못하겠더군요. 본인도 답답해 하는것 같았어요. 습관적으로 손님의 신발을 보았는데, 그 젊은이 신발은 크록스 슬리퍼였습니다. 자기 발 사이즈 보다 두배 큰 신발을 신고 있었습니다. 얼핏 보기에도 240정도 였어요. 그 코너로 안내할려는 순간 이미 그 젊은이는 275 사이즈 민트색 농구화를 들고는 피팅의자에 앉아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면서 자기발에 맞다고 연신 “맞다, 맞다” 말하면서 함박 웃으며 매우 만족해 하는것 같았지요. 그래서 신발 앞쪽이 뭔가 안맞은것 같아보여 가까이 가서 손으로 엄지발가락 위치에 살짝 눌러 봤습니다. 쑥 들어가 뭔가 문제가 생긴것을 직감 했지요. 순간 당황 했지만 손님 신발 사이즈가 안맞다고 했는데도, 그의 얼굴은 여전히 웃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이 동네 유명인사가 아닐까 싶었어요. 그냥 호기심에 신발을 신어보면서 놀이 하는것 처럼 말입니다. 아마 그럴것이고 돈도 없을것이다는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나왔어요. 그때 그는 오른쪽 신발을 벗었는데 순간 내 몸과 마음은 정지 상태가 되어 버렸어요. 온전한 오른발의 반이 없었습니다. 그는 민트색 농구화가 너무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그는 그것을 달라고 했고, 가격표를 가리켜 얼마다 라고 5분 가량 서로 답답한 통역을 하였습니다. 그래도 잘 못알아듣는것 같았습니다. 내 생각에 말입니다. 계산대에서 전산처리를 하고 신용카드도 된다고 하니까 없다면서 현금으로 받았는데, 부족하니 9,000원 더 주셔야 한다고 했으나, 돈 계산을 못 하더군요. 호주머니 마다 구겨진 돈을 한손가득 꺼내보였습니다. 돈을 다 받고 신발은 종이 쇼핑백에 담아줬습니다. 문을 나서는 그의 얼굴은 여전히 행복해 보였고 걱정과 복잡한 마음에 문밖에서 한참동안 뒷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과연 내가 잘한 일인지 아니면 적극 만류 했어야 한 일이였는지. 한국사람임에도 그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해 아쉬웠지만, 그래도 만족해 하는 그 젊은이의 웃음 가득한 얼굴을 생각해 보면, 그가 얼마나 자신의 발을 사랑하였는지, 발에게 얼마나 미안해 하기도 했을까, 또 발에 대한 간절함이 있었을거야. 그리고 뒤돌아 서면서 유리문에 언뜻 비친 웃음기라고는 전혀 찾아볼수 없는 내 얼굴을 보았을때 역설적이게도 참, 우스워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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