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인생/일상속에서

참꽃 술

봉화군 산타마을 2020. 3. 27. 12:17

 

 

 

3월 하순 이맘

겨우내 누렇게 변한

배 보자기를 허리에 두르고

 

사람하나 겨우 지날 산길 따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어머니와 산에 올랐다

 

온 산은

가녀리고 투명한 분홍빛에

물 들었고

 

이미 손가락 끝은

진한 보라색이 되었다

 

참꽃 한 움큼 따서

볼이 터저라 넣어도

그때뿐

 

엄마 배고파

 

물에 개어 뭉친 미수가루,

산 중턱 바위에 걸터 앉아

발 아래 동네보며 허기를

달랬다

 

한 없이 바라만 보시던

아득한 산맥

 

엄마 나 물죠

 

체할라

천천히 마셔라

 

그 온기스러운 말

아직 가슴에 있다

 

엄마 볼새라

몰래 항아리 열면

진분홍 향이 가득

 

달짝지근한 못 잊을 맛

몽롱한 낮잠

 

저녁이면

진분홍빛 참꽃 술은

밥상에 오르고

표정없는 아버지의

고단한 두잔

 

그렇게 유년은 가고

아버지가 되었다

 

내일

시간을 더듬어

참꽃 따러 산에 가리다

 

엄마의 산맥과

아버지의 고단함을

항아리에 담아

그 맛을 보겠다.

 

*참꽃은 경상도에서 쓰는 말로

진달래 혹은 두견화라 부르며

참꽃 술은 담금주 입니다

설탕을 조금 첨가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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