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하순 이맘
겨우내 누렇게 변한
배 보자기를 허리에 두르고
사람하나 겨우 지날 산길 따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어머니와 산에 올랐다
온 산은
가녀리고 투명한 분홍빛에
물 들었고
이미 손가락 끝은
진한 보라색이 되었다
참꽃 한 움큼 따서
볼이 터저라 넣어도
그때뿐
엄마 배고파
물에 개어 뭉친 미수가루,
산 중턱 바위에 걸터 앉아
발 아래 동네보며 허기를
달랬다
한 없이 바라만 보시던
아득한 산맥
엄마 나 물죠
체할라
천천히 마셔라
그 온기스러운 말
아직 가슴에 있다
엄마 볼새라
몰래 항아리 열면
진분홍 향이 가득
달짝지근한 못 잊을 맛
몽롱한 낮잠
저녁이면
진분홍빛 참꽃 술은
밥상에 오르고
표정없는 아버지의
고단한 두잔
그렇게 유년은 가고
아버지가 되었다
내일
시간을 더듬어
참꽃 따러 산에 가리다
엄마의 산맥과
아버지의 고단함을
항아리에 담아
그 맛을 보겠다.
*참꽃은 경상도에서 쓰는 말로
진달래 혹은 두견화라 부르며
참꽃 술은 담금주 입니다
설탕을 조금 첨가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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